"왜이렇게 꼬치꼬치 캐물어?" 최근에 제 친구가 남자친구에게 들었던 이야기라고 해요. 저에게 가장 가까운 친구인데, 이 친구는 평소에 궁금한 게 많고 그걸 알고싶은 마음이 크다 보니 바로바로 물어보는 경향이 있어요. 남자친구한테 하듯 저한테도 질문을 많이 하는 친구예요. 이 친구에 대해 생각해보면 "왜 이 친구가 더 특별하다고 느껴질까?" "왜 남들과 다르게 느껴질까?"그리고 "왜 주변 사람들에게 비난과 비슷한 불편한 말을 들어야 될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구요. 저는 이 친구의 질문이 신선하고, 즐겁고, 그로인해 제가 깊게 생각해 보는 순간들이 있어 좋다고 느껴지는데 정작 제 친구는 비난을 받으니 많이 속상해하면서 그러지 말아야 되나 싶다고 말하더라구요.
그래서 오늘은 여러분들과 질문에 대해 같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려고 해요. 단순히 개인의 일상에서의 이슈가 아닌 우리나라 문화 자체에서도 의문이 드는게 많더라구요.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질문을 받는 것이 부담스럽고, 또 질문을 하는 입장에서도 상대가 좋지 않게 바라볼까봐 궁금해도 물어보지 않고 넘어가는 순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예로는 학교 수업시간이나 직장 회의시간에 "질문 있으신 분 계세요?"라는 말을 듣게 되면 보통 정적이 흐르고, 질문은 커녕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고 애쓰잖아요..! 다들 이런 경험 한 번 쯤 있으시죠? 🫠 그렇다면 질문이 부담이 아닌 일상인 문화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오늘 글에서 질문에 대한 우리의 감정과 습관을 돌아보고, 전혀 다른 시선을 가진 다른 나라들의 사례 그리고 우리나라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고 하는데 그 희망적인 흐름에 대해 이야기해볼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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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그런데요..."라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정적이 흐르고 모두가 나의 이야기에 집중하면서 교실의 공기가 왠지 바뀌는 것만 같은 기억, 다들 있으실까요? 저는 있어요! 궁금해서 질문을 하는데 말하면서 뭔가 눈치 보이는... 🫥 질문은 흔히 학습의 도구라고 하는데, 왠지 한국에서는 질문이 '무언가 모른다'는 선언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수업에서 질문하는 학생보다 오히려 묵묵히 듣기만 하는 학생이 더 예의 바르다고 여겨지는 경우도 많다고 느껴져요.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상사에게 "왜 그렇게 해야 하죠?"라고 묻는 건 보통 질문보다는 예의가 없거나 도전적인 사람으로 보게 되잖아요. 질문을 하면 오히려 '일 못하는 사람'으로 보일까봐 참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그리고 학교나 회사에서 발표하는 상황이 오면 Q&A 시간은 다들 피하고 싶어지고, 종종 "질문 없이 끝났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침묵의 시간을 보내곤 하죠.
이런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질문보다 눈치를 먼저 키우게 되는 것 같아요. 질문하기 전에 "이 질문을 해도 될까?"를 고민하고, "혹시 무례해 보이지는 않을까?", "너무 뻔한 걸 묻는 건 아닐까?" 이렇게 질문 하나에 내적 갈등이 붙어 다니니, 점점 질문이 줄어들 수 밖에 없어요. 하지만 이 안에 담긴 건 '무지'가 아니라 '신중함'과 '배려'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 신중함이 때로는 우리 스스로를 가두게 되는게 문제인 것 같아요. 그러면 다른 나라에서는 질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여지고 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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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없는 수업이 실패한 수업이라니 충격적이지 않나요? 제가 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한명이 질문을 시작하면 다른 친구들은 "아 얼른 수업 끝내야 되는데 쟤 뭐야~😑" 이렇게 생각하기도 했거든요. 미국에서는 확실히 다른 문화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요. 미국에서는 질문이 단지 무언가를 모른다는 신호가 아니라 관심있고, 잘 듣고 있다 라는 적극적인 참여의 표현이라고 해요. 교실에서 손을 드는 학생을 '열심히 하려는 학생'으로 생각하고, 회의에서 질문하는 직원은 '의욕있는 인재'로 평가된다고 해요. 토론식 수업과 회의가 있을 때 오히려 질문하지 않는 태도는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라고 해요. “I’m not sure I understand. Could you explain that again?” 이런 말 들어보셨어요? 저는 미국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 종종 듣곤 했는데, 이 말은 일상에서도 흔하게 오고 가는 말이라고 해요. 잘 모르더라도 정확하게 알고자 하는 마음과 또 그 태도를 높게 산다는 게 한국과는 사뭇 다른 문화인 것 같아요.
실제로 한 대학에서는 교수들이 질문이 없을 경우 학생들이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수업을 다시 짚고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고 해요. 질문은 개인의 부족함이 아니라 학습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이처럼 질문에 대한 긍정적인 모습은 질문할 때 느끼는 부담감을 줄여준다고 해요. 미국에서 '질문'이라는 키워드는 허락이 아니라 개인의 권리라고 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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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은 직장 상사 또는 선생님께 "왜요?", "어떻게요?"라고 질문해 보신 적 있으세요? 독일에서는 이런 질문이 자연스럽다 못해 당연하다고 해요. 예를 들어 회사에서 상사가 어떤 방향을 제시하면면, 직원이 "그 결정의 근거는 무엇인가요?"라고 묻기도 하고, 학생들은 교사의 말에 논리적으로 반박하면서 질문을 던지는 것이 하나의 수업 참여 방식이라고 해요. 독일 문화는 감정이 아니라 논리를 중심에 두고 있기 때문에 이런 질문들이 절대 무례한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표현이라고 하네요. 그래서 오히려 아무 말 없이 듣기만 하는 학생은 수동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하죠.
저는 독일의 문화를 들었을 때 어떻게 저럴 수 있지 하면서 놀랍기도 했는데, 이 문화를 보면서 어쩜 질문은 내가 이 대화를 잘 이해하고 있는가를 판단할 수 있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들더라구요. 제가 이 상황에 놓이면 물론 처음에는 불안함이 들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로 인해 더욱 사실을 명확히 알게되고 정확한 근거를 파악할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들면서 재밌게 받아들여졌어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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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말해볼래?" | 네덜란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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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에서는 어렸을 때부터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말해볼래?"라는 질문을 들으면서 자란다고 해요. 제가 가장 인상깊었던 문화 중 하나인데요! 저는 생각이 많은 사람 중에 한명이에요. 그렇다 보니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 과하게 받아들여지기도 하고, 오해를 하는 경우도 있고, 내 생각을 이야기해줌으로써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보기를 원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상황이 많았어요. 저의 가벼운 일화를 얘기해볼게요. 저는 대표님하고 대화를 나누면 제가 정리하지 못했던 생각들이 정리되고, 제 안에 있던 인사이트가 가끔씩 떠오를때가 있거든요?! 🤔 그 순간들이 너무 재밌는 거예요. 그런데 왜 이전까진 그러지 못했을까 생각하면서 후회됐던 순간들이 있었어요. 그래서 네덜란드의 어렸을 때부터 교육하는 방식 그게 곧 문화가 된 모습이 인상깊고 좋다고 느껴지더라구요.
네덜란드는 솔직함을 미덕으로 여기는 문화예요. 감정을 숨기기보다는, 정중하면서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상대에 대한 존중이라고 믿는다고 해요. 그래서 이 문화가 자녀 교육 / 학교 / 직장에서도 같이 묻어나는 것 같아요. 회의중에도 상사의 말에 "이런 방식 말고, 이건 어때요?"라고 대안을 던지며 질문을 하는게 일상이라고 하는데, 그걸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모두가 전혀 이상하고 반항적인게 아니라 당연하고 그로 인해 더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생각하더라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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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면이 많아요. 조화를 중시하는 문화다 보니 질문을 하는게 자칫 분위기를 깨거나 예의없어 보인다고 생각하더라구요. 그렇기 때문에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질문이 확연히 줄어든다고 해요. 일상으로 예를 들면 발표가 다 끝난 후에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 보다는 끄덕끄덕하면서 잘 모르는 부분은 조용히 자료를 다시 들여다 본다고 하죠! 제가 그동안 경험했던 발표 모습과 비슷한 것 같아요.
하지만 최근에는 일본 사회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고 해요. 학교에서는 질문력을 집중적으로 키우는 수업이 늘어나고 있고, 기업들은 회의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이야기하고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있다고 하죠!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모르는 걸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긍정적인 모습으로 바라보는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고 해요. 실제로 일부 대학에서는 발표 수업이 끝나면 학생들이 무조건 질문을 하도록 유도하고 있는데, 단순히 수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과정이 아니라 서로의 관점을 질문을 통해 알아가기 위한 연습이라고 해요. 변화를 추구하고 의도하면서 문화를 바꾸려는 모습이 멋있다고 느꼈고, 일본에서는 더이상 질문에 대한 인식이 '실례'가 아닌 '성장'이라고 바라보는 것 같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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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국으로 돌아와보면, 위에 언급한 나라들과 차이는 있긴 하지만 익숙하지 않던 질문의 문화가 우리나라 또한 서서히 반영되고 있다고 해요. 최근에는 수업이나 회의시간에 "편하게 질문해주세요"라는 말이 공식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질문을 통해 다른 인사이트를 줄 수 있는 관점을 받아들이면서 긍정적인 분위기로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학생들을 교육할 때도 "질문도 실력이다."라는 말을 강조하면서 질문에 대한 중요성을 가르치고, 회사에서도 브레인스토밍이나 피드백 회의를 통해 자유롭게 의견을 물으면서 나누고 있어요. 물론 아직 눈치를 보는 순간도 있을 거예요. 저 또한 하루만에 관점이 바뀐게 아닌 것처럼 내가 궁금한 것을 다른사람에게 묻고, 또 나에게도 물어봐주면서 내 생각을 꺼내어 말하다 보면 이게 곧 문화가 될 거라 생각해요. 좋은 글을 하나 찾아봤는데요. 눈치를 단지 조심스럽게 생각하는 게 아닌 배려로 바꿔 생각해 보면 질문은 더이상 두려운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구요 :)
질문은 때때로 우리의 '다름'을 보여줘요. 우리는 모두 다른 시선과 배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궁금한 것도, 이해하는 방식도 다 다르죠. 질문을 한다는 건 다름을 이해하고 알아가길 원하는 첫걸음인 것 같아요. 이제는 "왜 몰라?"보다는 "그건 왜 그럴까?"라고 말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그러다보면 질문을 통해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도 있고, 더 깊은 관계도 만들 수 있어요. 이렇게 더 넓은 지식과 세상을 볼 수 있도록 여러분들도 우리 안의 눈치를 살짝 내려놓고 궁금한 마음을 밖으로 꺼내보았으면 좋겠어요!
여러분은 오늘 궁금했지만 물어보지 못했던 질문이 있으신가요? 다시 기회가 온다면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하고 싶으신가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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