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어떤 달을 가장 좋아하시나요? 저는 개인적으로 제 생일이 있고, 따뜻한 기념일이 많은 5월을 가장 좋아해요. 그런데 올해 5월을 생각하면 괜히 마음이 무거워지고, 후회되는 감정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오늘은 왜 이런 마음이 들었는지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오늘 뉴스레터는 다른 글들보다 조금 더 진지하고, ‘가정의 달’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과 저의 개인적인 감정을 담아봤어요.
5월에는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까지 대부분의 기념일들이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묶여 있어요. 그래서인지 자연스럽게 5월을 ‘가정의 달’이라고 부르곤 하죠. 이 화목한 달에 제가 후회의 감정을 느낀 이유는 "내가 정말 가족과 의미 있는 시간을 잘 보내고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가족들과는 가끔 외식을 하거나 기념일에 용돈을 드리는 정도였는데, 친구들과는 하루 종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일상의 모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어요. 그런 제 모습을 돌아보면서 가족들과는 정작 깊은 감정의 교류가 없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오늘은 ‘가정의 달’이라는 문화가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자리 잡아 왔고, 지금은 또 어떤 모습인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따뜻하게 변화해 갈 수 있을지 함께 나눠보려 해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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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이라는 개념이 공식적으로 생겨난 건 1980년대 초반이라고 해요. 어린이날은 1923년에 시작되었고, 어버이날은 1956년 ‘어머니의 날’로 출발해 1973년부터 지금처럼 확대되었죠. 이후 스승의 날(1963년), 부부의 날(2007년) 등 다양한 기념일이 더해지면서 5월은 자연스럽게 가족 중심의 달이 되었어요. 당시 한국은 산업화와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던 시기였기 때문에, 가족 간 유대가 해체되지 않도록 사회적으로 ‘가정의 가치’를 강조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어요. 그래서 학교에서는 ‘ 효도 편지 쓰기 💌 ’, ‘ 카네이션 만들기 💐’, ‘가족 그림 그리기 대회 🎨’ 같은 활동이 생겨났고, 지역 사회에서는 ‘효자상 수여 🏆’, ‘가족 걷기 대회 🚶🏻♂️’ 같은 행사가 열리기도 했죠. 이런 활동을 보며 ‘국가가 정해준 방식대로 가족을 챙겨야 한다’는 시선도 생기기 시작했어요. 어떤 아이는 카네이션을 들고 가지 않으면 눈치를 보기도 했고, 어떤 부모는 편지를 받지 못하면 은근히 서운해하기도 했다고 해요. 가족 간 사랑이 ‘자율적인 표현’보다는 ‘의무감으로 치르는 미션’처럼 느껴졌던 시기였던 거죠.
1990년대 이후 한국 사회는 점차 가족 중심에서 개인 중심의 문화로 변해가기 시작했어요. 가족이라는 공동체는 여전히 중요했지만, 그 안에서 각자의 감정과 자율성을 더 소중히 여기는 흐름이 생겨났어요. 이런 변화는 가정의 달을 맞이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줬죠. 어린이날에는 백화점에서 고른 장난감, 어버이날에는 손편지 대신 두툼한 봉투가 자리 잡았고요. “카네이션보다 현금이 낫지” 라는 말은 가볍게 들리지만, 결국 마음보다 효율이 우선되는 시대의 단면을 보여주는 말 같아요. 그래서 사람들은 “무엇을 얼마만큼 드려야 할까?”를 고민하게 되고, 이 고민은 점점 금액에 초점이 맞춰지게 돼요. 그러다 보면 마음의 의미는 흐려지고, ‘마음의 크기 = 돈의 크기’처럼 여겨지는 상황이 생기죠. 어떤 부모님은 자녀가 준 용돈의 액수를 보고 실망하기도 하고, 어떤 자녀는 충분히 표현했다고 믿는데도 눈치를 보게 되는 일이 생겨요. 표현의 방식은 다양해졌지만, 정작 감정은 점점 줄어든 것 같은 느낌도 들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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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간 가치관 차이도 뚜렷하게 드러나요. 부모님 세대는 5월을 여전히 '가족 간 사랑과 존중을 표현하는 소중한 시간'으로 여기고, 자식이 함께 밥 한번 먹자고 하면 그게 제일 큰 선물이라고 말씀하시기도 해요. 반면 2030세대는 바쁜 일상과 경제적 부담, 감정 표현의 어려움으로 인해 가정의 달을 심리적으로 부담스럽게 느끼기도 해요. 제 주변 친구들만 해도 어버이날이 다가오면 “뭘 드려야 하지?”, “이 정도면 괜찮겠지?” 같은 고민을 하더라고요. 표현하고 싶은 마음은 분명 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결국 물질적인 것으로 해결하려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다 보니 부모님은 “왜 얼굴 한 번 안 보이고 선물만 건네는 걸까” 하고 서운해하시고, 자녀는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 하고 생각하며 서로 기대를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는 거죠.
가족은 가장 가까운 존재이지만, 동시에 가장 무심해지기 쉬운 관계인 것 같아요. ‘가족’이라는 이유로 서로 잘 알고 있다고 믿고 있지만, 정작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는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잖아요. 저희 집만 해도 다섯 식구가 모두 모여 밥을 먹는 일이 1년에 손에 꼽을 정도예요. 누구 하나 빠지는 게 익숙해졌고, 가족보다 친구와 연락하는 횟수가 더 많아졌죠. 가끔 함께 식사할 시간이 생겨도 각자 핸드폰을 보거나 대화가 길게 이어지지 못하고, 밥만 먹고 각자 다른 약속을 잡고 나가는 경우도 많았어요. 이런 모습은 아마 많은 가정에서 비슷할 거예요. 익숙해진 거리감은 결국 정서적인 연결을 약하게 만들고, 그렇게 점점 멀어지게 되는 거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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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가정의 달은 더 세련되고 효율적인 모습으로 바뀌었어요. 클릭 한 번이면 다음 날 선물이 도착하고, 카카오톡 선물하기나 송금으로 마음을 전할 수도 있죠. 하지만 이 빠른 속도감 속에서 정작 중요한 감정은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SNS에는 부모님과 찍은 사진이나 고급 식당에서의 외식 장면이 넘쳐나지만, 그 안에는 ‘챙겨야 한다는 의무감’과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이 함께 존재하는 듯해요. 경제적 여유에 따라 가족 간 표현 방식이 달라지는 현실 속에서, 때로는 비교와 섭섭함도 함께 따라오고요. ‘선물’보다 ‘진심’, ‘이벤트’보다 ‘대화’가 더 중요하다고들 말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에 익숙한 것 같아요. 오히려 이런 문화가 가족을 더 가깝게 묶기보다는 멀어지게 만드는 건 아닐까요? 🫥
지금의 가정의 달은 누구를 위한 시간일까요? 기업은 마케팅 기회로, 학교는 행사 스케줄로, 가족은 서로 눈치 보는 날로 활용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진심 어린 마음은 어디쯤 숨어 있는 걸까요? 이제는 단순히 ‘룰을 지켜야 하는 달’이 아니라, 사랑의 본질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우리에게 필요한 건 표현이 아니라 ‘공감’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가 가정의 달을 어떻게 맞이하고 있는지, 그 방식이 진정으로 가족을 위한 것인지 되짚어보는 시간이 필요해 보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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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 5월을 더 따뜻하게 만들 수 있을까요? 정해진 정답은 없지만,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정서적 연결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꼭 선물이나 외식이 아니더라도, 가족끼리 조용히 모여 시간을 보내는 일이 더 깊은 유대감을 만들 수도 있어요. 어떤 것들이 있을 지 알아보다가 해외에서는 일상 속에서 가족과 함께하는 습관을 문화로 발전시킨 사례들이 있더라구요. 스웨덴과 일본, 캐나다까지 3가지 사례에 대해 살펴볼게요. 첫번째 스웨덴에서는 ‘프레다그스미스(Fredagsmys)’라는 문화가 있어요. 금요일 저녁마다 가족이 모여 간단한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텔레비전을 보는 시간이에요. 두번째 일본에서는 어린이날에 부모가 아이에게 직접 편지를 써주며 마음을 전하는 문화가 있어요. 단순한 축하 편지가 아니라 아이의 성장을 축하하고 부모의 마음을 전하는 편지라고 해요. 마지막으로 캐나다의 일부 지역에서는 ‘패밀리 저널’을 쓴다고 해요. 한 권의 노트를 돌려가면서 오늘 감사했던 일, 기뻤던 일, 서로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규칙 없이 각자의 생각을 적어가는 거죠. 여기서 중요한 건 이 시간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마음의 약속이 아닐까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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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매달 한 번쯤은 만나서 지난 한 달의 좋은 일을 함께 나누는 시간을 만들어볼 수 있겠죠. 가족이라는 관계가 마음속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 일상 속 행동으로 자리 잡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니까요. 그래서 저는 올해부터 가족과의 시간을 더 자주 만들어보려고 해요. 특별한 이유 없이 “이번 주말에 다 같이 밥 한번 먹을까?”라고 먼저 말해보는 거예요. 처음엔 어색하고 오글거릴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한 번 두 번 반복하다 보면 우리 가족만의 소중한 문화가 생기지 않을까요? 웃음도 더 많아지고,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거예요. 진짜 변화는 거창한 게 아니라, "이번 달엔 내가 먼저 연락해보기" 같은 작은 실천에서 시작된다고 믿어요.
‘가정의 달’은 단순히 가족을 기념하는 시간이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배우고 이해해가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누군가에게는 어색해 보이는 표현이 사실은 그 사람의 최선일 수 있고, 어떤 선물보다도 함께한 시간이 더 오래 기억될 수 있어요. 다름은 결핍이 아니라 가능성이에요. 그리고 그 가능성은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에서 시작되는 거겠죠.
올해 5월, 우리는 어떤 시선으로 가족을 바라볼 수 있을까요? 또 어떤 방식으로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사랑을 나눌 수 있을까요?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 모두가 5월이 가기 전, 그 답을 삶 속에서 하나씩 찾아보는 시간이 되길 바랄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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